good는 굳, 굿? 과연 어느 것이 맞는 표기인가?, 고제윤 글자로
1. Good발음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는 영어 외래어 표기 중에서 good이 있습니다. 보통의 영어 지식을 갖춘 한국인들이라면 good는 '굳'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Good을 발음 기호로 표현하더라도 [ ɡʊd]이기에 '굳'이 맞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알파벳이나 발음 기호는 가로 쓰기로 표현합니다. Good을 발음 기호로 표현한 [ ɡʊd] 역시 가로 쓰기입니다. 이 소리를 한글로 가장 비슷한 소리로 표현하면 [ ㄱ ㅜ ㄷ]입니다. 물론 영어의 g나 d가 우리말과는 다른 유성음(목젖이 울리는 소리)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비교적 기역이나 디귿과 비슷한 소리입니다.
그런데 왜 '굿'인가?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론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디귿'을 받침 글자에서 제거한 결과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받침으로 기역, 니은,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의 7개만을 사용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언어 의식과는 상관 없이 받침 소리 중에 가장 가까운 '시옷'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언어 표현에 능숙한 한국인들이기에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 의문의 끝을 연결해 보면 과연 "누가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했고", "왜 그런 논리를 펼쳐가는가?"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 블로그와 유튜브 "글퍼블릭"에서 수 차례 소개한 것처럼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리는 일본인 언어학자들의 논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서문에서 볼 수 있는 감사의 글에도 일본인 언어학자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논리를 따라가서 글자 표기를 해놓고 보면 일본어 발음과 유사하게 되는 결과물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결코 세종대왕의 글자 창제 원리가 아닙니다. 복잡한 언어학 이론으로 분류하고 설명해 놓았지만 본질을 놓고 보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받침 글자를 제한하는 논리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훈민정음 창제 이후로 받침 글자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우리말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받침으로 7개를 사용하면 가능하다는 '7종성가족용'의 논리나, 8개의 받침 글자로 표기할 수 있다는 '8종성가족용'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이 모두 우리의 소리에 대한 논쟁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받침 글자에서 두 개의 받침까지 사용하는 '삶, 흙, 옳,....'등에서 보듯이 받침 글자에 제한을 두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말이 아닌 외래어 표기의 원리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알파벳이나 발음 기호는 가로 쓰기의 원리입니다. 이 원리를 훈민정음의 받침 원리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자음이 겹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음소를 음절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Good과 같은 경우에도 [ㄱ ㅜ ㄷ]으로 되어있는 소리를 '굳'처럼 표기하고 발음하는 원리가 훈민정음의 표기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한 번 비틀어서 '굿'으로 디귿 대신 시옷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정의한 것이 외래어 표기법입니다.
2. mood, wood발음은?
Good과 같은 글자를 가진 단어들이 있습니다. Mood, wood등과 같은 단어들입니다. 'ood'를 같은 발음으로 갖는 글자들입니다. 그러면 이들 역시 '뭇, 웃'으로 표기해야 하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이 경우 또 다시 새로운 조항을 넣어서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Ood에서 'oo' 발음이 장음이므로 받침으로 표기하지 말고 새로운 모음 'ㅡ'를 넣어서 '무드 우드'로 표기하라고 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언어학자들이 되어서 발음의 길이를 이해하고 표기해야 한다는 상황에 도달합니다. 결코 세종대왕은 글자를 기록함에 있어서 이렇게 복잡한 원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글에서 보면 현재 장음, 단음을 구별하여 표기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밤'을 어둠이 내린 '밤'과 먹는 '밤'이 있다면, 이 둘중 하나는 '밤'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바므'로 표기하라고 한다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비록 긴 소리로 발음이 된다고 하더라도 두 개의 글자, 달리 말하면 두 번의 소리 호흡으로 만드는 음절 구조로의 변환 역시 훈민정음의 글자 원리가 아닙니다. 한 번의 호흡으로 하나의 글자를 만드는 원리가 가장 기본적인 훈민정음의 글자 원리입니다. 일본어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가능합니다. 일본어에서는 good 역시 '구또'처럼 두 개의 소리를 가진 글자로 표기하고 소리내고 있습니다. Mood와 woo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Mood는 '무도ムード' wood는 우(웃)도ウッド 처럼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어 논리를 따라간다면 두 개의 소리인 '무드, 우드'등의 발음이 되는 것입니다.
* 일본어 방식의 외래어 표기 논리는 아래의 동영상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jF3kO1CG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