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종어제훈민정음"의 구절 중에서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이셔도"를 "어린(힘이 없는, 약한) 백성이 이르고자(일러바치고자)"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르다'를 흔히 인정하는 '말한다'와 그 결을 달리합니다. 우리의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글자가 없었을 뿐입니다. 글자가 권력이던 시대에서 글을 아는 것은 최소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세종대왕은 생각했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말에서 "선생님께 이른다. 내가 일러바칠거야." 처럼 약한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글로라도 풀어내겠다."라는 의미에서 '이른다'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몰라서, 힘이 없어서 그저 당하고만 살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이 세종대왕의 마음이었다고 봅니다.
오늘은 일본어의 표현 중에서 "참을 수 없네"에 해당하는 '타마라나이(たまらない)'가 있습니다. 이 표현 중에서 '없다, 없네' 등의 부정어 '나이( ない)를 제외하고 '타마라 (たまら)'의 발음을 살펴봅니다.
한국어 '참아라'를 받침 글자 없이 소리로 표현하면 '차마라'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소리가 달라진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귿과 티읕 소리의 변화입니다. 흔히 '구개음화'로 표현하는 지읒과 치읒으로의 변화입니다. (관련 내용은 본 블로그의 구개음화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Palatal(구개음)으로의 소리 변화는 역사적으로도 관찰됩니다. 한 번 쯤은 보셨을 법한 '춘향뎐'이라는 글자가 '춘향전'으로 변화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디귿 소리가 지읒으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소리에서도 '같이(가티)'가 '가치'처럼 발음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해돋이(해도디)'에서 '해도지'로의 변화도 같은 원리입니다.
위의 원리를 역으로 거슬러 표현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참아라'처럼 치읓으로 되어있는 표현이 과거의 발음이 '탐아라' 였다는 가정입니다. 티읕으로 발음하던 소리가 한국어에서는 치읓으로 변화했고, 일본어에서는 변화하지 않았다면 '참아라=탐아라'의 등식이 성립합니다.
이제 일본어 히라카나의 글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자어 '감(堪) [堪らない]'이 있습니다. '견디다(참다)'라는 의미의 한자입니다. 만약 한국어나 일본어가 아닌 한자어 발음을 사용했다면 히라카나에서는 분명 '감'과 비슷한 발음이 있을 것입니다. 기역(키읔)이나 미음(니은)이 들어간 발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국어 [ㄱ ㅏ ㅁ]과 중국어 [ kān ]을 보더라도 'ㄱ(ㅋ), ㅁ(ㄴ)' 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 '타마라'의 발음에는 그 흔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순수한 일본어이거나, 한국어에서 전래된 발음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어 '차마라=타마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NZoKZXFH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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